주택 가격 상승세 계속…상승폭 2~4% 둔화 예상
2024년 미국 부동산 시장은 구매력 이슈로 암울한 해였다.금리가 연말로 갈 수록 안정됐지만 상향 고정 된데다 주택 가격도 계속 상승하면서 내 집 마련을 희망하던 잠재적 바이어들은 렌트 시장으로 회귀할 수 밖에 없었다.2025년 미국 부동산 시장은 지난 수년과 사뭇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외견적으로는 친부동산 정책을 선호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재집권하면서 건설사는 물론 은행들도 보다 적극적인 투자 및 대출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단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기업 감세와 각종 경기 부양책이 재정 압박으로 다가올 경우 기준 금리 인하를 제한할 가능성이 높아져 부동산 시장에 오히려 악재를 가져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2025년 새해 예상할 수 있는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짚어본다.
●주택 가격 상승세 계속…상승폭 2~4% 둔화 예상
지난 수년간 미 주택 시장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에 달하는 가격 상승세를 이어왔다. 부동산 경제학자들은 2025년에도 가격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겠지만 그 상승폭은 현저히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부동산 중개인협회(NAR)과 부동산 포털 질로우, 레드핀, 리얼터 닷컴 그리고 국책 모기지 업체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 부동산 관련 기관과 단체,미디어의 전망을 종합해 보면 주택 가격 상승폭은 2~4% 선에서 억제될 가능성이 높다.주택 거래 건수는 지난 한해 400만채에서 430만채선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상승세 멈출 듯…6% 중반대 고정될 듯
금리는 평균치 예상이 6.5%선이다. 연준이 기준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물가 상승폭과 예산 부족에 따라 추가적인 인하 가능성은 낮다.
NAR은 “바이어들도 추가적인 가격 인하를 기다리기 보다는 자신의 구매력에 맞춰 주택 구매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 기관들은 “금리의 추가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다운페이먼트를 최대한 높여 금리에 따른 페이먼트 부담을 줄이려는 고객이 늘고 있다”라며 “건설업체들이 제공하는 가격 인하 및 프로모션(모기지 포인트 인하)등과 결합하면 생각 보다 높은 할인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 재고물량 큰 폭 증가 어려워
금리와 더불어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인 주택 재고물량은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지난 수년간 이어지던 공급붐이 금리와, 주택, 자재 그리고 임금의 동반 인상에 따라 한풀 꺾인데다 건설을 위한 부지 확보도 어려워져 현실적으로 수요를 맞출 만한 물량이 공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반적인 시장에서는 재고물량 6개월이 정상치로 판단되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많아도 3개월 이상 분량 확보는 어렵다는 것이 주택건축업계의 분석이다.특히 LA메트로 등 인구 밀집 지역은 일반 주택 공급보다는 정부 주도하에 이뤄지는 저소득층 주거 매물 확보가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주도하에 이뤄지는 주택 공급은 노숙자 유치를 위한 것과 지역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등 투 트랙으로 나뉘는데 노숙자 유치 매물의 경우 지역내 수익성이 낮은 모텔과 호텔 그리고 아파트 등 기존시설을 용도 변경하는 추세다.
지역 내 저소득층 유치 매물은 개발주들에게 용적률 및 주차공간 등 각종 혜택 제공을 강화해 특정 비율(%)를 저소득층 용으로 확보하거나 각 비영리 단체 등과 손잡고 저소득층만 입주 가능한 매물을 건설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저소득층 매물은 처음부터 구매용보다는 렌트용 커뮤니티로 조성되는 비율이 높다. 렌트용 커뮤니티는 가족단위를 겨냥한 2~3베드룸 건축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가족들이 주택 소유에 대한 부담을 덜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함으로써 주택난을 해결한다는 것이 각 지방정부의 방침이다. 이렇게 조성된 커뮤니티는 그 내부에 소형 공원, 피트니스 센터, 수영장 그리고 비즈니스 룸 등을 갖춰 주민 편의성을 대폭 강화하는 추세여서 만족도가 높다.
●대도시 외곽 세컨드 마켓 개발
각 지역별로는 대도심 보다 시 외곽이나 새롭게 개발 단계인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오피스로 출근하는 비율이 늘고 있지만 재택과 겸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이미 정착된 탓에 이전에 비해 출퇴근에 대한 부담이 줄었고 세금과 물가 측면에서도 외곽 지역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남서부가 가장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텍사스를 중심으로 한 미 남서부는 타 지역에 비해 여전히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고 실업률 또한 낮게 유지되고 있어 인구 유입이 타 지역에 비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단 금리가 시장의 예상 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질 경우 남서부보다는 서부와 북동부 등 기존 인구 밀집 지역 내에서의 이동이 더욱 활발해 질 수 있다.
●렌트비 조정 어려워 질 듯
지난 수년간 가격 상승폭이 낮아지며 공실률 저하를 피하려는 건물주들과 가격 협상이 빈번했던 렌트시장은 추가적인 가격 인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 관리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는 멀티 패밀리 렌트 매물 공급이 50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며 공급 증가에 따른 가격 인하 및 협상력 향상의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2024년부터 다가구용 신규 매물 공급이 무려 20% 이상 감소세로 돌아섰고 그 결과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제공하는 건물주도 줄어들고 있다. 이전과 같은 몇 달 무료 렌트나 즉각 입주자에게 제공되는 가격 인하 등의 파격 프로모션은 찾아보기 힘들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렌트비의 경우 새해에는 미국 평균인 월 2,009달러에서 3%가량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렌트 매물, 애완 동물(. Pet-friendly)친화 규칙 필수
렌트 건물에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예전에 비해 애완 동물을 허용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한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애완동물 자체가 금지 되거나 허용 되더라도 수백달러에 달하는 디파짓을 요구하는 건물주가 많았지만 이제는 전체 60% 이상 건물이 애완동물을 허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팬데믹 이전 45%와 비교하면 무려 15%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팬데믹 기간 동안 애완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며 나타난 결과다.
●다운사이징 트렌드 확산
주택 구매와 관련해서는 다운사이징이 보다 일반화 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 가격과 높은 금리로 월 페이먼트 부담이 높아진데다 자녀가 없는 핵가족 인구가 늘고 있고 여기에 신규 주택일 수록 이전 주택에 비해 공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인테리어로 지어져 약간의 다운사이징으로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게 된 것도 작용했다. 각종 부동산 포털에 오른 리스팅을 봐도 공간 활용성과 작은 주택의 편안함을 강조한 문구가 35%이상 늘어났다.
●신기술 및 친환경 주택 선호… IT와 AI 기술 접목한 거래 빈도 ↑
주택 구매시 신기술 및 친환경에 대한 선호도는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다수의 건설 업체들이 신규로 조성하는 커뮤니티에는 태양열 패널 및 절수 가능 정원 등을 기본으로 갖추기 시작했다. 건축 소재 등에서도 친환경 및 저탄소 배출을 강조하고 있다. 구매자의 연령이 낮을 수록 친환경 및 신기술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개스비 등 날로 상승하는 유틸리티 비용도 절전 및 자가 충전이 가능한 주택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는 배경이 되고 있다.
주택 거래 과정에서 종이 서류 사용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건축업계와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디지털 에스크로나 AI를 활용한 주택 가치 판단 및 검수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셀러나 바이어들도 종이보다 디지털서류를 선호하고 있다. 에스크로 시간이 단축될 뿐 아니라 관련 비용과 서류 거래시 발생할 수 있는 정보 유출 위험도 감소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