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을 보면서 “거래는 안 되는데 왜 집값은 떨어지지 않을까?”라고 의아해하신 적 있으신가요? 매수자는 가격이 내리길 기다리고, 매도자는 호가를 낮추지 않는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주택 판매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현상(Delisting)**과 이것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드립니다.
📉 1. 가격 낮추느니 ‘판매 취소’… 사상 최대치 기록
최근 주택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매물을 내놨던 집주인들이 판매를 포기하고 매물을 도로 거둬들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 매물 취소 급증: 전년 대비 매물 취소 건수가 28%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9월에만 약 85,000명의 매도자가 집을 파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 이유는? 수요가 줄어 집이 팔리지 않자, 가격을 낮춰서 파는 대신 **’기다리기’**를 택한 것입니다. 실제로 취소된 매물의 70%는 60일 이상 팔리지 않은 ‘부실 매물(Stale listings)’이었습니다.
📊 2. 시장의 양극화: ‘K자형’ 부동산 경제
집값이 잡히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시장이 **’K자형’**으로 나뉘었기 때문입니다. 고가 주택 시장은 활발한 반면, 저가 주택 시장은 얼어붙고 있습니다.
- 75만 달러 이상 주택: 작년보다 거래량이 5.8% 증가했습니다.
- 75만 달러 미만 주택: 거래량이 3% 감소했습니다.
- 결과: 고가 주택 위주로 거래가 되다 보니 전체적인 평균 가격 지표는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관별로 1.2%~3.2% 상승 추산)
🤔 3. 집주인들은 왜 매물을 거둘까요?
매도자들이 “지금은 안 팔겠다”고 결심하는 데에는 몇 가지 심리적, 경제적 이유가 있습니다.
- 손해 보고 싶지 않아서: 취소된 매물의 약 15%는 지금 팔면 손해를 보는 상황이었습니다. 5년 내 최고치죠. 집주인들은 손실을 확정 짓기보다 버티기를 선택합니다.
- 임대 전환: “헐값에 파느니 세를 놓겠다”는 집주인이 늘고 있습니다. 시장이 회복되면 다시 팔겠다는 계획이죠.
- 과거의 영광(앵커링 효과): 불과 1~2년 전 이웃집이 비싸게 팔리는 걸 봤던 집주인들은 지금의 낮아진 가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합니다. 소위 ‘시장 정점’을 놓쳤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심리도 작용합니다.
- 전략적 후퇴: 매물을 거뒀다가 가격을 살짝 조정하거나, 매물 등록 기간을 리셋(Reset)하여 ‘신규 매물’인 척 다시 내놓기 위한 전략이기도 합니다.
🔑 4. 누가 주로 매물을 거두나? : ‘최근 매수자’
흥미로운 점은 매물을 거두는 사람의 절반 가까이가 최근 5년 이내(2020~2023년)에 집을 산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 이들은 팬데믹 당시의 ‘판매자 우위 시장’을 기억하고 있어 가격 협상에 인색합니다.
- 무엇보다 당시의 초저금리 대출을 끼고 산 경우가 많아, 원하는 가격을 받지 못하면 굳이 낮은 금리를 포기하고 이사할 유인이 없습니다.
🏗️ 5. 근본적인 문제: 만성적인 공급 부족
수요가 줄었음에도 집값이 폭락하지 않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공급 부족’**이 있습니다.
- 골드만삭스 분석: 현재 미국 내 주택은 약 300만~400만 채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 원인: 토지 이용 규제 강화와 도심 인근의 건축 가능한 부지 부족(1960년대 대비 부족률 급증) 때문입니다.
결국, 만성적인 공급 부족이 가격의 하방 경직성을 지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금리가 조금만 내려가도 대기 수요가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죠.
💡 요약 및 전망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살 사람은 돈이 없고, 팔 사람은 팔 생각이 없는” 교착 상태입니다.
매도자들은 가격을 낮추기보다 매물을 거둬들이며 버티고 있고, 구조적인 공급 부족까지 겹쳐 집값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연말 연준(Fed)의 금리 인하 여부가 얼어붙은 거래를 녹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주택 구매나 판매를 고려 중이시라면, 단순히 전체 통계만 보지 마시고 내가 관심 있는 지역의 **’실제 거래 가능한 매물량’**이 늘고 있는지 체크해보시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