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한국과 미국 비교
한국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려면 미국 주택 시장과 다른 점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전 세계 부동산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특히, 한국의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더라도 궁극적으로 부동산 소유주가 손해입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임대 방식의 하나인 ‘전세’는 부동산 가치가 등락할 때 손실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한다. 부동산 가치 변동에 따라 ‘전세’ 가격도 변동하기 때문에 이자율 변동에 따른 대출 상환 부담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주택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결정하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어서 가치 또한 왜곡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한국의 주거 부동산 소유율은 56%대로 절반 가까이 임대인이다. 이는 한국의 부동산이 주거 목적보다는 투자 목적으로 더 거래가 활발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부동산 가치의 등락은 사실상 세입자들이 집을 마련하는 것과는 상관 관계가 높지 않으며 집을 소유한 사람이 다주택자가 되는데 더 깊은 관련이 있다. 그러므로 주택 정책은 주택 소유주에 초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부동산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일반 사람이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높아지거나 집을 살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부동산 투자자가 이자율에 상관없이 부동산을 살 수 있으면 이들이 가장 혜택을 본다. 집을 여러 채 갖더라도 세금은 낮아지며 대출의 상당 부분은 ‘전세’ 세입자가 이를 충당해주기 때문에 사실상 집을 소유하면서 내 돈은 극히 적게 드는 것이 한국 부동산 시장의 실상이다.
한국 부동산은 주택 소유 대출이 있지만 동시에 세입자를 대상으로 전세 대출이 있어서 집주인이 전세를 놓을 경우 대출액보다 더 높은 전세금을 받는 경우가 많아 부동산 가치의 하락에 따른 손실은 고스란히 ‘전세’ 세입자가 충당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더라도 부동산 소유주는 크게 손실이 없다. 금융 기관 역시 주택 소유 대출과 전세 대출을 같이 해주므로 동일한 부동산에 대해 두 건의 주택 대출을 주는 것과 같아서 이자 수익은 두 배가 되는 셈이다. 부동산 소유주가 세금을 내지 않거나 대출 상환을 하지 않으면 압류가 되고 경매가 진행되고 소유주가 바뀔 수 있다. 이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세입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에스크로 제도가 없고 여러 채의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는 구조가 정착된 데다가 ‘전세’가 소유주를 절대적으로 보호해주는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부동산 시장의 하락 요인
한동안 집값 급등으로 거품 논란과 더불어 주택시장 왜곡을 우려했다. 하지만, 지금은 집값 급락에 따른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집값 급락에 따른 역전세난과 전세사기, 가계소비 위축, 영끌족 파산 등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새로운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후유증은 경제에 커다란 부담을 줄 수 있다. 2023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1) 미국에 의존하는 금리
먼저 금리 변수가 있다. 금리는 담보대출을 통해 직접적으로 수요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통해 공급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급격한 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을 강세장에서 약세장으로, 한발 더 나아가 침체의 늪으로 빠지게 만든 장본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치명적이다. 문제는 전 세계의 금융시장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 (FRB)가 미국내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해 당분간 금리 인상을 지속할 예정이고 한국은행은 여기에 동조하면서 수동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 다만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고, 한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가 경기불황을 확산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2023년 하반기 무렵에는 금리 동결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금리가 급등세를 멈추고 동결되더라도 금융 시장의 변화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려면 시차가 생긴다는 감안하면 2023년에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2) 주택 구입 부담 지수 (affordability index) 상승
주택 가격은 2021년 하반기를 전후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금리 인상 때문에 대출상환부담을 나타내는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최고치를 보였다.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간소득가계가 표준 대출을 받아 중간 가격의 주택을 구입할 때 상환 부담을 보여주는 지수다. 소득에서 주택 대출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25%일 때 주택 구입부담지수는 100이다. 지수가 낮을수록 주택구입부담이 완화되고 높을수록 주택구입부담은 가중된다. 미국의 주택 경제성 (affordability)과 거의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 (HF)에 따르면 2021년 3분기 전국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89.3이다. 통계 작성된 이래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국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지난 2021년 4분기에 83.5로 사상 처음으로 80을 돌파했다. 이전 최고치였던 2008년 2분기 76.2를 갈아치웠다. 2022년 1분기 84.6, 2분기 84.9에 이어 3분기 89.3으로 네 분기 연속 사상 최고치로 주택 구입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2022년 3분기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가 214.6이다. 2분기의 204.0보다 10.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서울의 중간소득 가구가 지역의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 소득의 절반이 넘는 54%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통상 서울은 주택부담지수 130~140 (소득에서 주택담보대출 상환 비중 33~35%)을 주택구매가 가능한 적정 수준으로 평가한다.
서울에 이어 세종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지난해 3분기 134.6으로 2위를 기록했다.
서울, 세종에 이어 경기 지역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22년 3분기 120.5였고 2분기 115.8보다 상승해 주택 구입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어 인천 98.9, 제주 90.9 등이 100에 근접했다. 부산 88.1, 대전 86.6, 대구 80.6, 광주 66.4 등이 뒤따랐다.
전국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최고치에 오른 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부동산 대책: 대출과 세금 규제 완화로 소유주 지원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유도, 매매 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부동산 세제부터 다주택자 규제까지 대대적인 부동산 정책 완화를 추진한다. 이런 정책 완화가 실제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소유주의 부담을 줄이면서 고금리 시기를 견뎌내려는 것으로 봐야 한다.
한국의 부동산 대출은 집을 구입하는데 지원하는 대출과 전세 대출로 구분되는데 부동산 소유자를 위한 대출 규정이 행정부가 바뀔 때마다 달라진다.
또한 부동산 관련 세금 역시 미국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을 정도로 낮다. 이런 대출과 세금 관련 규정이 2023년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대출 규정과 세금은 한국 정부 당국이 부동산 수요를 자극하기 위해 가장 빈번하고 손쉽게 활용했던 강력한 변수였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었을 때, 대출 규제를 강화해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반면,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었을 때는 대출 규제와 세금을 완화해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켰다.
이와 관련, 최근 정부의 행보를 엿보면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 회복이라는 명목으로 연착륙을 기대하면서 대폭적인 대출 완화와 세금 축소로 방향을 잡았다. 심지어 그동안 규제의 대상이었던 다주택자에게도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완화하고, 임대사업자등록 시 혜택 복원과 주택담보대출까지 허용할 수 있게 바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 관련 대출 이자율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대출 한도를 늘리거나 세금 부담이 줄면서 전세와 월세를 통한 부동산 부실을 막을 가능성은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부동산 관련 가계 대출의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에 차후에 가계 대출의 부실이라는 더 큰 금융적 재앙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주택 가격 하락과 경제 불안 커져
치솟던 집값 상승세를 일순간에 바꾼 것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 것에 따른다. 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주택매수심리도 하락하고 있다. 주택 가격의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한국은행의 주택가격 소비자체감지수 (CSI: 기준치=100포인트)는 8월 76포인트에서 9월 주택가격전망이 67포인트로 하락했고 다시 11월 주택가격 심리지수는61포인트로 최저 수준을 이어갔다.
금리 인상이 부동산 가격 기대 심리를 결국 ‘공포 심리’로 바꾸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공포 심리가 지속되는 이유는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있다. 최소한 미국이 상반기까지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도 이에 맞춰 금리 인상을 하게 되면 부동산 대출 이자율은 더욱 오르게 된다. 부동산 수요가 줄어들면서 부동산 가격이 더욱 하락할 것으로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레고랜드PF’ ’롯데건설PF’ 이슈가 부동산과 금융시장을 통틀어 최대 화두로 떠오른 것은 부동산시장 붕괴가 금융기관 붕괴로 이어진 글로벌 금융위기의 공포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만약 ‘붕괴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전국 미분양 수치는 현 47,000호에서 순식간에 임계점인 60,000 호를 넘어 하반기에는 80,000~90,000 호까지 치솟게 된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 부동산 시장은 떨어지는 방향 그대로 놔두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나 프로젝트 파이낸싱 (PF: 부동산 개발 대출)이 부실 우려가 크지만 이것이 전체 주택 시장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 오히려 부동산 시장의 폭락보다는 부동산 대출 시장의 부실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금융 시장의 신용 리스크가 된다는 의미다.
반면 부동산 시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안정세를 찾으면서 하반기부터 미국이 기준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하하는 것이다. 전국 미분양 수치는 건설사의 지속적인 공급에도 안전 마지노선인 60,000 호 안팎에서 유지되면서 2024년 본격적인 반등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연준이 올해 하반기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신 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는 동결은 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실제로 부동산 대출 이자율에 영향을 미치려면 내년이 되어야 가능한 시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올해 부동산 시장이 회복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으로 소유주의 세금 부담 경감, 일부 압류 증가,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부도와 부동산 대출의 부실 증가 정도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미국 연준이 금리를 계속 인상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택가격 심리지수는 70~80포인트에서 횡보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가 뉴노멀이 된 상황에서 소위 ‘영끌족’의 매도세가 가속화돼 주택 거래량은 2022년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 아파트 분양 시장은 높은 중도금 대출금리 여파로 미분양이 안전 마지노선인 60,000 호를 돌파해 70,000 호를 향해 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분양이 가장 많은 대구와 경북 포항은 준공 후 미분양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고금리 상황에서 분양 사업주는 계약금 정액제,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확장 무상 제공, 옵션 상품 무상 제공 같은 불황기에 등장한 ‘분양 조건 완화’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분양 프로모션 장세가 퍼질 경우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과 5대 광역시의 미분양에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금리가 지속되더라도 미국은 최소한 불황은 피할 수 있지만 한국 경제는 불황의 한복판에 진입할 수밖에 없다. 한국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경제 불황으로 인해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약세로 경제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체질적으로 약한 경제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부동산 시장을 살리는데 더 시급하다는 의미다.